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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스쳐가는 기억들

"숨 쉬는 게 이렇게 소중했나요" - 옆구리 폐에 구멍 뚫린 5일의 기록 (1탄)

by 치차콩콩 2025.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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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도 새해가 밝았다.

이번에는 1/27 임시 공유일로 지정되면서, 연휴가 9일로 늘어나서 좋았다.

원래대로였다면, 1/31 (금) 평일이지만 감사하게도 회사에서는 자체 휴무를 가지니 긴 휴식기를 가진 느낌이다 ㅎㅎ 

 

출처 : KBS 보도 화면 중 일부 [지금뉴스] 1월 27일 임시공휴일? 설 연휴 엿새 쉬나 / KBS 2025.01.07.

 

 

오늘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주제는 "기흉" 이다.

사실, 이번 설 연휴에 나는 기흉 삽관 시술을 하게 되었다 ㅠㅠ 사실, 군대 시절 선임의 장난으로 기흉이 생기게 되었는데,

10년동안 잠잠하다가 이번 설에 큰 아버지댁에서 찬 바람을 맞아서 그런가.. 갑작스레 귀경하는데 어깨가 결리고 담이 걸린 것 처럼 뻐근함과 동시에 숨 쉬기가 어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군대 시절에서는 눈치가 보여서, 참다가 우연히 자연 치유가 되었는데..

'무언가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한데..?' 라는 생각으로 바로 응급실로 달려가게 되었다.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에)

 

기흉이 뭘까? ::
"폐 근처에 공기가 들어가, 폐가 찌그러지면서 호흡을 어렵게 하는 질환"

 

10년차 기흉인으로서 이제는 정확하게 개념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 일반인들은 "폐에 구멍뚫린 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하지만 약간 개념에 차이가 있어서 신기했다.

 

정리하면, 

 

1. 흉강이라는 폐 근처에 있는 막에 공기가 들어간다.

2. 공기가 들어가서, 폐가 압박을 받아 쪼그라든다.

3. 이로인해, 폐-가슴-어깨-어깨뼈-등 쪽이 압박을 받아 근육통의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나도 차에 탑승하자 마자, 잠을 잘못잔 거 마냥 근육통이 근심했다.

맨 처음 군 시절에는 심장이 빨리 뛰고, 따끔따끔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보통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조치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 판단이 정말 중요한 질환 중 하나이다.

 

 

기흉의 개념도 [출처 : FPN-소방방재신문] 폐에 구멍이 생기다! 기흉(Pneumothorax) ]

 

위 사진에서 보면, 흉강쪽에 공기가 들어가서 발생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생각보다 이질감이 엄청 드는데, 처음 느끼는 사람은 통증도 통증이지만 "근육통"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 들 것 같다.

나도 근 10년동안 피로가 쌓이면, 갈비뼈와 등쪽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오늘 수간호사님께 여쭤보니

기흉으로 그럴 수 있다. 라는 말씀을 듣고 10년 동안의 의구심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ㅋㅋ

 

그동안, 초음파 검사에 등등 아무리 해도 원인을 못찾았는데... 결국 기흉 때문이었구나 ㅠㅠ

 

 

 

흉관 삽입술 VS 산소치료

군대시절에는 정도가 심하지 않고, 젊어서 그런가 자연치유가 되었지만

이와 별개로 "산소 치료"를 받게 되었다. 산소를 넣어줌으로서 자연스레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별건 없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장기간 두면서 치료하는 방식이다.

 

쉽게는, 아래 3가지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당연히, 단계가 높아질 수록 강도는 쎄진다.

 

1단계 : 산소치료

2단계 : 흉관 삽입술 (삽관)

3단계 : 기흉 수술

 

실제 내 옆구리에 있는 삽관된 호스

 

 

 

위에 사진처럼 저렇게 굵은 호스를 내 옆구리에 꽂고 경과를 지켜보게 된다.

정확하게는 안에 공기를 계속 밖으로 빼내야 해서, 중간중간 기침을 하거나 호흡을 크게 해야한다고 말씀을 주신다.

 

나는 정도가 강하여, 삽관 시술로 진행을 하였는데 크게는 아래 4가지 단계로 요약된다.

 

1. 진통제 사전 투여 (30분 전)

2. 국소마취 진행 (옆구리 갈비뼈 사이)

3. 마취 진행되자마자 바로 구멍 (이때 뭔가 살이 파내어 지는 느낌을 받는다 ㅠㅠ)

4. 호스 투입 (이때 들어가는 호스가 꽤나 굵기 때문에, 별도의 통증이 있기도 한다)

 

이러고 나면, 어느새 시술이 끝나며 보통 20~30분 걸리지만 나는 베태랑 선생님 덕분에 5분이 채 안걸렸던 것 같다.

통증은... 당장은 괜찮지만, 이후에는 1~2일 꽤나 아픈 통증과 불편함이 동반된다.

 

 

입원실의 전경

 

그러고 나면, 회복실 (입원병동) 으로 안내받게 되는데 이렇게 이상한 기계(?) 를 항상 달고 살게 된다.

공기를 빼내주는 압축형 기계로 이동할 때는 저 기계를 가지고 가며,

평상시에는 호스가 침대에 있는 '물병' 과 연결되어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면서 이러한 공기 빼냄 작업을 도와준다.

 

 

 

이렇게 들고다니는 이동형 행거 하단에, 공기통을 달아놓고 계속 호스를 바꿔끼면 바깥 운동을 지속한다.

꽤나 불편하고 또 화장실 가려면 그 많은 작업을 해야해서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초반에는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구부리고 하는 과정이 꽤나 고달프다.. 보호자는 필수이다 ㅠㅠ)

 

 

병원의 설경

 

그와중에 휴게실로 나가서 보는, 눈 내린 병원의 전경은 기가 막힌다 ㅎㅎ

설 연휴라 그런가 한가지니 여유가 느껴져서 참 좋았다. 몸은 아프지만, 참 신기한 경험인 것도 맞다.

 

 

나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통

 

보통 저렇게 이동형 산소통에서 기침하면 보글보글 하게 되는데, 하루에 몇번씩 기침을 하고 체크를 해주신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나으면 보글보글이 없어지면서 나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거 보면 참 무시무시한 기흉인 것 같다 ㅠㅠ

 

환자의 40~50%에서 재발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거의 다 나아서, 내일 모레 퇴원을 할 것 같다.

그러나 기흉은 재발할 경우에 50% 이상의 재발 확률이 있다고 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에 보면, 나는 찬 바람을 맞으며 잠을 잤고 큰 아버지께서 흡연을 하셔서 계속 흡연 상황에 노출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차에 타기 직전, 흡연 냄새를 맡자마자 뭔가 폐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때 느낌으로 보아 상당히 치명적인 느낌이다. 확실히 흡연은 기흉에 참 취약하면서도, 나는 비흡연자인데 이렇게 되어버려 참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역시 건강은 운의 영역도 있는 것 같다.

 

 

아직은 퇴원을 하지 않은 상태라, 절차를 잘 모르지만 조금 정리가 되면 마무리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기흉을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정보가 없어서 참 아쉬웠다.

 

생각보다 간단한 시술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참 무시무시한 병이기도 한 것 같다.

거의 매일 X-RAY를 찍고 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데, 내일 마지막 테스트에서 괜찮아지면 좋겠다.

 

이 세상 기흉인들 모두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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