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억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은 '교대 근무'였다.
DS 반도체 인이라면 숙명인 변형교대 근무는,
삼성 반도체를 재직하고 있는 대부분의 제조/생산 관련 구성원이라면 겪어야만 하는 흔한 경험 중 하나이다.
물론, 설계/인사/마케팅/엽업 등 교대 근무와 관계가 없는 직군들도 많지만
공대생들이 대부분인 삼성전자 DS 산업의 특성상 '교대 근무'의 삶을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많다.
(전체 인원 비율로 보면.. 아무래도 필드에서 일을 하는 공정 엔지니어, 설비 엔지니어의 비중은 꽤나 상당할 것이다.)
교대근무가 꼭 안 좋은 것인가? 음... 돌이켜보면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관련 직무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이길 바라면서,
직접 경험하며 느낀 교대 근무의 장점과 단점들에 대해 천천히, 그리고 상세하게 기록해 본다.
Chapter 1 : 그래서 교대근무가 무엇인가요?
- 취준생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 역시 입사하고 '교대 근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직무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나름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9 to 6 형태의 근무만 당연한 세상을 살아왔던 터라 낯설게 느껴지고 또한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교대근무는 크게 4조 3교대, 3조 3교대, 4조 2교대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며
'4조 2교대'는 주야휴휴 형태로 워라밸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급여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요소도 존재한다.
내가 속했던 부서의 경우 3조 3교대 형태로 "Day (데이) / SW(스윙) / GY(지와이)"형태로
3개의 조가 8시간씩 24시간을 돌아가며 근무를 하는 형태였다. (보통 A, B, C조로 편성이 된다!)
Chapter 2 : Day(데이) / SW (스윙) / GY (지와이)
- 나는 "오늘근무" 어플을 사용하여 아래와 같이 근무 일정을 관리하였다.
보통은 2주 동안 같은 근무 형태로 돌아가며, 한 달에 2회 특근, 1회 지근/지휴를 사용하는 것을 필수로 근무를 짜게 된다.
여기서 지금/지휴의 개념은 "내가 휴일에 하루 일하는 대신, 평일에 하루 지정하여 쉬는 것"을 의미한다.
특근은 말 그대로 "돈으로 대체하는 근무 형태"를 말한다.
ㄴ 당장은 힘들지만(?) 월급날에는 칭찬하는 자본주의의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
실제로는 Day - SW - GY의 순서로 돌아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1주마다 바뀌는 팀도 있다고 들었다.
ㄴ 내 개인적으로는 2주마다 바뀌는 게 몸의 패턴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다만, 2주 동안 GY는 밤만 있는 삶이 되어 다소 힘들기도 했었다..ㅠㅠ)
Day 근무 (06:00 ~ 14:00)
말 그대로 Day 근무는 새벽 6시부터 ~ 오후 2시까지의 근무 형태를 뜻한다.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는데, Day라는 단어에 맞게 '하루를 시작한다!'라고 생각하니 용어는 금방 익숙해졌다.
장점 : 하루를 빠르게 시작하고, 낮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단점 : 새벽에 기상해야 하기 때문에 몸의 피로도가 높다. 또한 가장 바쁜 시간의 근무이기도 하다.
ㄴ 메인 업무가 시작되는, 오피스 근무와 겹쳐 업무량이 상당하다는 점도 단점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들어했던 근무의 형태였다.
나는 보통 근무를 위해서 기숙사에서는 4시에는 기상을 하였는데, 겨울날 새벽 기상은 정말 쉽지 않았다.
(마치 군대시절 추운 겨울, 탄약고 새벽 근무를 매일 가는 느낌이랄까? ㅎㅎ)
또한, 운이 안 좋으면 야간근무를 하면 연속으로 Day 근무를 하는 경우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해를 돕고자 예시를 들어보면..
①10일 새벽 6시에 GY 야간 근무가 끝나면.. ②잠을 안 자고 버티다가 오후 6시쯤 잠을 자고
③11일 새벽 4시에는 기상하여, ④새벽 6시부터는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데이 근무는 상대적으로'낮 시간 활용성'이 굉장히 높다. 하루가 빨리 시작하고, 늦게 끝나는 느낌이랄까? ㅎㅎ
낮에는 상점 / 가게들이 많이 열기 때문에 개인 용무를 보기 정말 좋았고, 가격들도 저렴한 경우가 많아
의외로 혜택들을 많이 누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녁은 사람이 붐비기 때문에.. 낮 시간은 사람도 적고 한적하다)
또한, 회사를 다니지 않는 지인들과 연락도 용이하고.. 아무래도 다른 주간 인원들은 일하는데
나는 먼저 퇴근하는 묘한 해방감(?)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이다.
데이 근무는 매우 바쁘기 때문에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는 단점이자 어쩌면 장점일 것이다 ㅎㅎㅎ..
그만큼 다양한 현업 이슈들을 빠르게 익힐 수 있어, 업무 숙련도/이해도 측면에서 유리하며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오피스 인원들과 과장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마음적 평안함'이 또한 존재한다.
동료들 중에는 데이 근무를 선호하는 분도 있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비선호하는 근무 형태였다.
물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데이 근무가 잘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꿀팁 TIP
Q1) 데이 근무는 수면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데이 근무는 낮 시간 피로도가 높기 때문에, 잠을 잘 자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암막 커튼'을 활용하여 방을 어둡게 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해두었으며, 보통 6시 퇴근이지만..
이슈가 터져 인폼이 늦어지거나.. 또는 개인 업무 공부를 하고 퇴근을 하면 보통은 7시~7시 30분에 퇴근이었다.
(칼퇴를 못하는 것은.. 내가 있었던 팀이 조금 더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 기술팀은 정확히 교대를 하는 것 같았다.)
8시에 집으로 돌아와, 간단한 아침을 먹고 씻고 쪽잠을 잤다. (2~3시간 정도)
오후부터는 내 개인 시간을 보냈으며, 오후 8시쯤 다음날 근무를 위해 침대에 누워 체력을 보충했다.
잠이 정말 교대근무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피곤하면 쪽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사고 방지 및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잠을 설친 날 근무는 정말 정말 힘들었다..)
Q2) 데이 근무가 업무에서는 유리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 데이 근무는 오전에 오피스에서 부여받는 일정표에 따라 PM/BM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신규 업무들을 접하여 이력 파악에 용이하다.
설비 및 공정 엔지니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사실 근무에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인폼 파악'이다.
우리의 공정과 설비에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 어떤 작업을 하였는지 과거의 일들을 머릿속에 담는 과정이
정말 쉽지가 않다.. (시간이 지나도 아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데이 근무는 그날의 신규 업무 형태로 돌아가고, 오피스 인원들의 지원도 있기 때문에.. PM과 단순 BM에 집중하면 어려움은 크게 없다. 물론 오피스의 업무 요청으로 많이 바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설비들을 챙겨보는 인원이 있기에
한편으론 마음이 편한 측면도 있었다. (바쁠 때는 서로서로 도와주기도 한다)
협력업체들의 작업도 지켜볼 수도 있고, 배움도 얻을 수 있어 업무적인 성장에는 가장 도움이 되는 근무였다.
신입사원의 경우 데이 근무가 꽤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3) 교대근무를 처음 접하는 게 무서운데,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 내 주변 동료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이야기였다. 나 역시 내 생활의 패턴을 바꾸는 일에 걱정이 정말 많았다.
'혹시 내가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알람도 10개씩 맞추는 등 처음에는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걱정이 그만큼 많이 되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어느 순간 교대 근무가 익숙해졌던 것 같다.
몸은 피곤했지만, 나름대로 메리트도 있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꽤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의외로(?) 시간에 있어 주도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 아까운 시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
한번 사이클을 돌고 나면 생각보다 적응이 금방 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삶'의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교대근무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및 미래 커리어 등등)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맞지 않는 사람은 건강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에 건강 관리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들을 잘 고민하여 직무 / 회사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대근무를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경험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치료는 덤이다..ㅎㅎ)
그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청소 미화원, 학교 급식 아주머니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새로운 시선이 생기게 되었고, 힘든 근무형태를 경험하며 '낮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은 현재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체력을 관리하고 인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힘든 시간에 일도 해봤는데, 지금은 뭔들 못하겠는가 ㅎㅎ 그런 것 보면 정말 의미 없는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취준생 시절에 필요한 정보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모습이 기억난다.
주변에 조언을 구할 선배가 없어, 전전긍긍했던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블로그에 취준 / 회사생활의 글을 남기고 있다.
썩 잘 쓴 글솜씨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정보로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소 길게 글을 작성했는데,
이러한 정보가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글이 길어진 관계로.. 2탄에서는 SW, GY 근무 형태에 대해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회사생활 기록들 > 삼성전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Prologue 6 : 삼성전자 DS 메모리, 파운드리 사업부 간 업무에 차이가 있을까? (0) | 2024.07.21 |
---|---|
Prologue 5 : 실제 반도체 FAB 현장에서는 무엇을 할까? (PM VS BM 개념) - 취준 전 이것만은 알아두자! (1) | 2024.06.16 |
Prologue 4 :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가 FAB에서 사용하는 FDC / Trace 데이터 분석이란? - 취준 전 이것만은 알아두자! (1) | 2024.06.06 |
Prologue 3 :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의 "특별한" 교대 루틴 (3탄) - 지와이(GY) 근무 (4) | 2024.06.02 |
Prologue 2 :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의 "특별한" 교대 루틴 (2탄) - 스윙(SW) 근무 (2) | 2024.06.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