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을 하고나서 학교 도서관에가서 책 한권을 빌렸다.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도 싶었고, 당장의 공부도 급하지만 나의 삶을 조금은 더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기주 작가님의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이끌려 책을 빌리게 되었다.
대외활동을 가는 시간동안,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너무 감동을 받아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면서
"간만에 좋은 책을 읽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 라고 어머니께 말했던 기억이 난다.
글의 몇 줄 밖에 읽지 않았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실, 나는 책을 고를 때 글의 어투를 많이 보는 편이다.
작가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글의 말투에서 오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그 시간들이 나는 종종 즐겁기도하다.
무언가 조용하고 온화한 숲속에 혼자 산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또한, 나는 책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들이 지나치게 어려운 어휘들로 구성되어있는 책은 피하는 편이다.
전공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기타 다른공부를 할 때에는 어려운 어휘들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적어도 내가 무언가 삶에 대한 접근을하는데 있어서 보는 책만큼은
조금은 쉽고 편안하게 그 자체를 느끼고 싶었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삶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들로 구성된 책은
그저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가장된 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또한, 모든 사람들이 읽기 쉽게 쓰여진 책이야말로 어려운 단어들로 구성된 것 보다
더 오랜시간 고민하고 또 퇴고하면서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책이 나오기까지 온 힘을 다해 노력했을 그 시간들을 나는 책을 통해 전달받는 것은 아닐까.
#1
이기주 작가의 책에는 부모님 이야기가 많이 담겨져 있다.
병원에 가게 된 작가님의 어머니께서 "너의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하다" 라고 말을 하지만,
결국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는 것. 이라는 작가님의 말들도 인상깊게 나에게 다가왔다.
나의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어준다. 라는 표현이 어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시간을 쓴다가 아니라, 내어준다는 단어의 차이에서 작가님의 삶의 방향이 보인다고 문뜩 생각이 들었다.
#2
또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아서, 울컥했던 기억이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병원을 가면서, 할머니께서 기억이 잠시 돌아오실 때 마다
"내가 너희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고 말씀을 하실 때 마다
작가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나도 가끔 그러한 상상을 한다.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나의 감정이 어떨 것인지...
상상을 하는 과정자체로도 너무 슬픈데
실제 나에게 다가온다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작가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럼, 내가 할머니를 알아볼게요!" 라고,
소중한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슬프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이 더욱 가치있는 하루인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나의 할머니, 외할머니에 관한 생각을 정말 많이했다.
우리 사랑하는 할머니, 외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사셨으면 좋겠다.
전화도 더 자주드리고, 더 자주 찾아되면서... 외롭지 않게 손주가 더 잘하려 노력할 것이다.
#3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내가 정말로 많이 쓰는 말이었다.
작가님은 이렇게 접근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쩌면 이유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오랜시간 이 문장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쩌면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위해 쓰는 시간은 어떤식으로든 낼 것이다.
결국, 내 마음이 온전히 그곳을 향해있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핑계를 위해서 말이다.
또, 너무 좋았던 문장은 작가님의 소개에 관한 글이었다.
"말을 아껴 글을 쓴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쓴다.
엿듣고 엿본 것을 기록하기 좋아한다.
책과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음미한다.
타인의 세계를 존중할수록
내 세계도 깊어진다고 믿기에.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담담히 꽃을 올려놓는다."
라고 적혀있는데, 이 말들이 너무 좋았다.
'침묵'에 대한 가치들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이 '침묵' 항상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경청한다는 이야기로 들려 더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삶을 관찰하는 작가님의 가치관을 알 수 있었다.
삶 자체가 주는 소중함.
그리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우리의 삶'이 주는 감동들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싶으셨을 것은 아닐까.
우리의 삶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결코 있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모든 것은 변화해간다.
또 헤어짐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소중했던 것들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우리의 삶에는 필요하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다.
소중한 기억들이야 말로, 내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는 아닐까.
항상 고맙고 소중한 삶이기에,
우리 모두가 조금은 더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해질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언어의 온도> 라는 책을 읽어보지 않았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어' 읽어봐야겠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책을 읽을 수 있는 스스로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이만 줄인다.
- 2018.01.03 학교 기숙사에서, 평온한 오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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