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쓴다.
요즘에 나는 틈틈히 10년도 더 된, <하이킥>이라는 MBC 시트콤 재방송을 보고있다.
지친 하루의 끝에, 하이킥을 두어편 시청하고나면 하루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잊혀지곤 한다.
신기하게도 10년 전에 보았을 때와, 지금의 내가 드라마에서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어렸을 때는 그저 웃기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어쩐지 등장인물들에게 먹먹한 감정이 때론 느껴지기도 한다.
그 중 시즌 3편의 한 일화를 보면서 많은 느낀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시즌 3 : 짧은다리의 역습> 34 화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친구의 배신으로 사업이 부도가나고,
어쩔 수 없이 부인 유선의 남동생들 집에서 얹혀사는 계상은 우연히 계상과 지석의 돈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계상 식구들의 생활비를 주면서.. 돈을 부족해하는 계상의 이야기를 듣고서 계상은 열심히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는 계상으로서는 밖의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꼭두새벽, 계상의 부인 유선은 계상에게 "당신은 집에 있어" 라고 말하고 일을 하러 나간다.
그렇게 유선은 주방 보조일을 하게 된다.
열심히 식당의 그릇들을 닦지만, 결코 설거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상 역시 빚쟁이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할머니 분장을 하고서 공사판에서 일을하게 된다.
나이를 먹었지만, 철없는 모습으로 나오는 내상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유선과 마찬가지로 "당신은 집에 있어" 라는 말을 하면서 몰래 집을 나서게 된다.
집에 돌아가는 길, 내상과 유선은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치게 된다.
말은 안했지만 서로가 고달팠던 하루였음을... 내상과 유선을 알았을 것이다.
조는 모습까지 똑닮은 부부인 내상과 유선을 보면서,
"고생했습니다" 라는 위로의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낸 그들은 결국 졸다가 몇 정거장을 지나쳐 내리게 된다.
아무런 기운도 없는 유선을 내상은 업어준다.
걸어가는 길에 그들이 나눈 대화가 너무나도 마음이 짠했다.
내상이 묻는다.
"당신 오늘 무슨 일 했어?"
유선은 "뭐.. 별거 안했어" 라고 답을 한다.
그리곤 내상에게 똑같이 묻는다.
"당신은 이틀동안 뭘 했어?"
내상은 "나도 별거 없지 뭐." 라고 답을 하며 둘은 걸어간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힘든 것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
너무 힘이들고 지칠 때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투정을 부리고, 짜증을 부렸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내상과 유선 둘다 엄청나게 고달픈 하루였을텐데...
서로에게 자신이 힘들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떠한 힘든 일을 했는지 조차도 말이다.
자신보다 힘들었을 부인을 위해서, 혹은 남편을 위해서 그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내상과 유선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의 힘듦만을 투정했던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큰 반성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주변사람들의 '삶의 고달픔'에 먼저 다가갔어야 했는데..
나의 감정만을 쏟아내왔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내상과 유선이 버스에서 조는 모습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너무나도 닮았다.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도 분명 직장에서 엄청 고생을 하고 매일같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하루를 살아오셨을 것이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다' 라는 사전적 말과는 다르게
'평범한 삶'이란 그렇게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깐 평범한 삶은 결코 쉬운 삶은 아닌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러한 상황들을 보았을 때 감동을 받는 이유는 바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습들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감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는 그런 평범한 삶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나도 좋다.
바로 우리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결코 인생이 내 뜻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상처럼 잘되던 사업이 잘 안될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로는 정말로 힘든 하루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항상 오늘의 삶에 감사할 줄 알자.
설령 안되는 일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다보면 언젠간 좋은 날도 오지 않을까.
'평범한 삶이 주는 감동'은 결코 멀리있지 않다.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꽉 찬 '나의 세상'은
이미 매 순간 감동을 느낄 준비가 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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